팔공산 종주
팔공산 종주.
엄밀하게 따지면 오늘의 코스가 완전종주(가산산성~초례봉)거리는 아니었지만 함께하신 회원님들의
수고로움에 감히 종주라 표현을 해야 할것만 같다..
한티재~갓바위. 산행거리 약 21km, 산행시간 8~10시간, 비슬산~앞산종주보다도 암벽구간으로 인해 더 힘든 산행코스.
산에 대해 자만심이 있어서도 아니고, 자신감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냥... 꼭... 올해를 넘기기전에 꼬옥 해야만 될 것같은 느낌.
몇달을 벼르고, 또 별렀다.
해를 넘기면 오래도록 후회로 남을것 같은 느낌이었다.
산악회 카페에 일요 번개 산행공지를 올리는 자체가 조심스러웠다.
한달전 같은 코스에 공지를 올렸다가 몇몇 회원님들의 곱지않은 시선을 받은터라, 선뜻 산행공지를 올리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몇몇 회원님들의 동참의사에 힘입어 '그래 까짓거 함 해보자' 결정을 내리고 공지를 올리고, 밤늦게 산행준비를 한다.
수빈사랑표 계란도 삶고, 소세지도 굽고, 맛이 알맞게 들은 김장김치도 썰고, 밥과 컵라면도 준비하고, 몇가지 간식거리와 마실물을 챙기고 나니 벌써 12시가 넘는다.
시계를 4시50분에 맞추고 자리에 든다.
아~ 빨리 자야되는데 하면서도 누운채 30여분이 지났건만 정신이 말똥말똥하다.
많은(?) 산행을 했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긴장이 되는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새벽 04시50분.
선잠을 잤는지 머리가 무겁다.
그래도 눈은 번쩍. 대충 씻고 어젯밤 준비한 산행짐들을 수빈맘 베낭과 내 베낭에 나눠 담고 집을 나선다. '다행히 별들이 초롱초롱 빛나는걸 봐선 오늘 날씨는 엄첨 맑겠네'
기온도 며칠전 한파와는 다르게 포근하다.
대곡에 들러 꿈나무(수빈맘 직장 교도소 주임님)님을 태우고, 또 월성동으로 가서 달님도 태우고 한티재로 향한다.
06시50분.
한티재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직은 해가 뜨기전이라 산행초입 코스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스트레칭과 개인장구를 다시한번 확인한 후 드디어 긴 여정을 시작한다.
07시10분
드디어 출발이다.
첫번째 목표지점인 파계재를 향해 먼저 달님을 앞세우고, 수빈맘과 꿈나무님, 나 순으로 힘차게 출발한다.
역시나 달님. 매정하게 치고 나간다. 수빈맘과 꿈나무님도 그 뒤를 따라 잘도 올라가신다.
11시간 지리산 종주 완주에다가 매주 산행을 하신다는 꿈나무님의 산행실력을 수빈맘에게 몇번들어서 오늘 참가권유를 드렸지만, 그래도 산행을 첨 함께한 지라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곧 나의 씰.데.없.는. 걱정이었슴을 확인한다.
파계재 너머로 올해 마지막 해가 떠오른다.
구름한점 없는 하늘은 푸르다 못해 시리다.
산행하기에는 정말 좋은 날씨다.
저 멀리 산아래로 대구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파계재를 지난다.
예상시간보다 20분을 빨리 왔다. 초반 속도가 너무 빠른것 같아 내심 산행후반 체력저하가 있을지 걱정이지만 천천히 가자는 얘기를 꺼내기가 쉽지가 않다.
파계봉을 거쳐 마당재에 도착. 10여분간 휴식을 취한다.
오늘 산행해야 할 산행코스가 눈앞에 들어온다.
코앞에 칼날능선, 서봉, 동봉, 팔공컨트리클럽뒤편의 노적봉까지 한눈에 들어온다.(갓바위는 아직..)
칼날능선의 암반구간을 힘들게 통과한다.
10시30분
서봉도착.
몇장의 사진을 찍는 도중 애뉘콜님께 전화가 온다.
공지를 오늘 아침에서야 봤다고... 수태골에서 올라와 동봉을 거쳐 벌써 갓바위쪽으로 1시간여를 가셨다고... 그렇다면 벌써 신령재까지... 아쉽다. 우리보다 1시간30여분 앞에 계시다는 결론인데...
서로 즐산, 안산을 당부하고 동봉을 향해 출발.
11시00분
서봉과 동봉사이의 마애여래좌상 옆에서 약간은 이른 점심식사를 한다.
역시나 산에서의 밥맛은 꿀맛이다. 어느 임금님 수랏상 밥맛이 이에 비할까.
정말로 밥에다가 꿀을 바른것 같다.
11시40분
점심식사 후 다시 출발.
12시00분
동봉도착. 사진 촬영 후 다시 출발.
13시15분
신령재를 지난다.
14시15분
능성재를 지난다.
예상시각보다 조금씩 처지는 느낌이다.
아무래도 오름과 내림을 계속 반복하고 있고, 산행후반으로 들어서면서 오르막 보다 내리막에서
속도가 나질 않는다. 휴식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암벽구간이 많아 모두들 힘겨워하는 표정...
그래도 조금씩 나아갈 수록 점점 더 크게 들리는 갓바위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어서 힘내서 오라'고
응원해 주는 것 같아 종점을 향해 모두들 힘을 낸다.
갓바위 바로 뒷편으로 나오는 등산로가 폐쇄되어서 바로앞에 갓바위를 700m 내려가서 다시 계단으로
오를것인지, 아니면 폐쇄된 등산로로 빨리 갈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결국은 폐쇄등산로로...
15시50분
드디어 갓바위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갓바위에는 많은사람들로 인해 발디딜 틈이 없다.
맨 앞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부처님께 108배를 한다.
경건한 마음으로 올 한해 잘못한 일을 반성하고, 가족의 행복과 안녕, 그리고 우리 수빈이 건강하고
씩씩하고 무탈하게 잘 커나가길 부처님께 빌어본다.
16시10분
갓바위 주차장을 향해 하산을 시작한다.
하산길 모두들 힘들어 한다.
내리막에서 속도가 나질 않는다. 모두들 다리가 후들거린단다.
'그도 그럴것이야.. 10시간을 걸어왔으니...'
17시10분
드디어 오늘 산행에 최종 목적지 갓바위 주차장에 도착.
올해 마지막 해가 지고 있다.
10시간전에 올해 마지막 뜨는해를 바라보았고, 또 이제 마지막 지는해를 바라본다.
어떤 의미에서인지 가슴 뿌듯함과 뭉클함이 함께 교차한다.
힘든 숙제를 마쳤다.
참 의미있는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내 꾀임에 빠져(?) 모두들 정말 고생하셨다.
내년 한해도 열심히, 그리고 정말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을것 같은 자신감이 들고,
가슴 뿌듯한 홀가분한 마음으로 올 한해를 이렇게 마무리 한다.
18시20분
갓바위에서 택시를 이용해 한티재에 도착한다.
3만원내라던 택시비를 깍고 깍아 2만원에 왔다.
내리면서 여엉 떨떠름해 하시던 택시기사분 표정...
(사실 미터기 요금으로 왔어도 2만원은 더 나왔을터. 기사님 죄송합니다. 복 받으실 끼라예...)
18시30분
한티재를 출발해 동명삼거리 굴국밥집에서 굴국밥과 파전으로 맛있는 저녁식사를 한 후,
20시00분
대곡도착...
요즘은 거의 매주 산에 오릅니다.
덕유산, 소백산, 치술령, 팔공산, 수도산, 매화산, 내연산, 속리산, 월악산, 함박산, 구봉산, 비슬산, 앞산,
구담봉, 등등... 몇개월간 수빈맘이랑 산행에 재미를 들여서 산악회에도 가입하고, 많은 산우님들도 만나고.. 해서 며칠전 팔공산 종주 후기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