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사랑 2005. 11. 25. 23:33
易地思之.

퇴근하면서 문득 떠오른 고사성어.

“처지를 바꿔 생각한다.”


출장이 많은 관계로 자동차 연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가 없었습니다.

이번주만 거의 1000km.

물론 출장경비야 회사에서 지급이 되지만 주말에 개인사정으로 움직이는 이동에 대해서는 연료를 아껴야 할 수 밖에 없네요.

그래서 이번 주에는 시험 삼아 연료 가득 넣고 과연 몇 킬로까지 갈까 하는 생각에 서행 및 최대한 악셀 밟지 않고 자제하면서 운전을 합니다.


출퇴근 거리가 멀다는 관계로, 업무상 바쁘다는 핑계로 거의 전투에 가까운 운전을 했었죠.

바쁜 생존경쟁에서 일분일초라도 먼저 살아남기 위해...


며칠째 규정속도를 준수하면서 운전을 하고 있습니다.


참 많은걸 느꼈습니다.

매일같이 미친듯이, 내 앞에 나를 추월해가는 다른 차는 거의 나의 적으로 간주하다시피 했었는데, 천천히 제 속도 지키면서 가는 차 뒤에서 빨리 안 간다고 라이트 번쩍번쩍이곤 했었는데... 차분한 음악보담 어떻하든지 막히지 않는 길을 가기위해 교통방송을 켜놓고 운전을 했는데...

내가 천천히 달려보니, 2차선에서 3차선으로 또 4차선에서 콘테이너 트럭들과 같이 달려보니.

미친듯이 1,2차선을 레이스 하듯 달리는 차들인 눈에 들어옵니다.

‘죽을려고 환장을 했는 갑네...’

나 역시도 그러 했으면서 말입니다.


易地思之.

나는 얼마나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봤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습니다.


애기 아픈데 회사일 바쁘다는 핑계로 일찍 들어와 자기와 같이 놀아주지 못했다고 투정부렸을 수빈이 입장,,, .


나는 코 드르렁 골면서도,아내는 다음날 야근인데도 며칠째 새벽이면 불덩이 같은 아이를 물수건으로 닦으며 마음 졸이며 밤새도록 잠 못 들었을 아내입장... ,


항상 능력있는 남편으로, 자상한 아빠로 남기위해 보였던 모습들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가족들을 위해서, 아내의 입장에서, 수빈이의 입장에서 나는 무엇을 했는가,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옳은 것인가. 나 자신에게 역지사지란 물음을 던집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라는 말로 모든 걸 커버하기 보다는, 나 자신 아내와 수빈에게 조금 더 살을 맞대며 다가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먼저듭니다.

 

마음보다는 행동으로 말입니다.

 

오늘밤도 밤잠 못자며 공공의 안녕을 위해 고생하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면 가슴한편 몹시 뭉클해 집니다.

 

“옷은 따스게 입었나? 문디 가스나... 추운데 욕본데이...”

 

고생하는 아내 생각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혼자 눈물 찔끔 흘리면서도, 이게 표현에 전부입니다.

 

갱상도식 사랑표현 방법이죠...


문득 Sting에 Angel Eyes를 들으며 잠들고 싶은 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