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이네 여행기

황당여행.

수빈사랑 2006. 7. 19. 00:15

 

 

잔인한 빗줄기.

 

오늘 뉴스에 보니 평창 봉평일대 강수량 550mm이상...

 

 

그곳에 수빈네가 있었습니다.

 

 

 

이번달 수빈네 여행은 2주전에 아내가 예약해 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의 해들목이란 팬션으로 향했습니다.

그것도 7월 15일 토요일.

 

맞벌이를 하는 관계로 휴가기간을 서로 맟추기가 힘들어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본 적이 없었습니다 (결혼 6년동안 한번 있었던가?)

해서 이번 사흘 연휴는 아내와 휴무일이 맞아서 여름 휴가를 앞당겨 다녀오려는 심산이었죠.

 

예전부터 봉평 메밀밭과, 대관령 목장이 보고 싶어. 보름전부터 봉평 주위 관광 검색하고 가고파하던 아내에 간곡한(?) 원을 들어 그곳으로 향했지요. 사실 대구에서 강원도 쪽을 여행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왕복 700km거리)

 

7월 15일 토요일 오전 9시 15분.

 

야근을 마친 아내가 퇴근을 합니다.

 

부지런히 수빈이 씻기고, 여행짐 챙기고, 통영에서 이번여행에 동참하려 올라오신 처형네와 함께 출발.

 

오전 11시 정각.

 

대구. 날씨가 그리 쾌청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맑고 후텁지근...

일기예보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비가 올거라지만, 최근들어 공신력을 많이 잃은 기상청의 예보라, 더더욱 출발지의 날씨가 이리도 좋은데, 하는 안일한 생각...

 

중앙고속도로 제천을 지납니다.

 

제법 비가 오네요.

 

원주를 가까이 할수록 장대비가 쏟아 붓습니다.

와이퍼 속도를 최대로 해도 가시거리가 않나옵니다.

비상등을 켜고 2차선에서 서행...

 

원주를 지나 만종 분기점을 찍고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서면서 교통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장평I/C부근 산사태로 영동고속도로 양방향 통제.

'어--- 거긴 우리가 내려야 할 곳인데.'

 

부지런히 지도책 검색.

'둔내I/C에서 내려서 6번국도로 봉평으로 가야겠다.'

다행히 둔내 I/C에서는 별다른 교통통제 없이 국도로의 통행을 시킵니다.

국도로 40여분 지나서 팬션부근으로 들어섭니다.

도로가 장난이 아닙니다.

산사태, 도로절개, 토사유출등등 ...

 

오후 2시 40분.

팬션도착.

 

예약체크하고 들어서는데, 주인장 말씀.

"방금 정전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물도 않나오고요. 비 그치면 복구될듯... 불편하시지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길로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전에 단수에, 쌀사러 나갔다가 TV에서 보던 '강물이 넘어 다리가 끊기고 강이 범람해서 집을 통채로 휩쓸고 가는 현장'을 직접 목격한 다음엔 모두 할 말을 잃었습니다.

 

'전기가 들어오겠지' 마냥 기다렸습니다.

 

빗물로 대충 씻고, 다행히 가지고간 생수가 두통있어서 그 물로 저녁해먹고, 팬션 주인집에서 주는 양초 세개에 어둠을 의지한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일찍 잠을 청했지요.

'이밤이 지나고 나면 정전도 복구되고, 내일 새벽엔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하고 오늘 못다한 봉평 여행도 하리라'는 기대를 품고 말입니다.

 

다음날아침 6시.

 

정전, 단수, 전화 불통(유,무선 모두), 라디오는 모든채널 치치직... 비는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듯 계속 내리고...

 

혼자 잠이 깨어 라디오 방송이라도 들을양 다른지역으로 이동했습니다.

다행히 전파가 잡혀 "강원도 인제 평창봉평...지역  집중호우로 인해 정전에 단수, 복귀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듯."

 

숙소로 다시 돌아와 모두 기상시키고 대충 짐정리 하여 탈출.

 

일요일 오전 7시 30분 숙소를 출발하여 면온I/C로 올릴려고 하니 면온I/C 양방향 진출입 통제.

어제 왔던 둔내 I/C로 다시 향했지요.

 

국도 6호선도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산사태, 도로절개, 토사유출

 

힘들게 둔내I/C에 진입 성공. 다행히 영동고속도로 둔내에서 서울방향은 소통원활.

만종분기점에서 대구방향으로 턴하여 한참을 내려오다, 모두 허기와 피로에 지친듯하여 풍기I/C에서 내려 푸짐한 식사와 풍기온천으로 긴장과 피로를 풀고 대구 도착하니 일요일 오후 3시.

 

팬션에서 찍은 몇장의 사진이 있지만 수마가 할퀴고간, 그 현장의 마음 아파하실 분들을 생각하면 경솔한 행동일것 같아 차마 올리지 못하겠네요.

 

TV에 연일 보여지는 수해현장, 강물이 범람하고 집이 둥둥 떠내려가고, 허탈해 하시던 수해주민들을 직접 목격한 입장으로는 말입니다.

 

지금도 대구에는 비가 계속 내립니다.

 

하루 속히 이 비가 그치고 피해를 입으신 수해지역에 빠른 복구와 지원이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아울러 피해를 입으신 그곳 주민들께도 행복과 웃음 가득한 날들이 하루속히 찾아오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