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하지 날 매실을 담았습니다. 결혼한 해부터 매실을 담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여섯번째 매실을 담네요. 매년 마트 혹은 시장에서 가격이 저렴한 매실만 구입했었는데, 올해는 아내가 한달전 지리산자락의 구례면에 있는 매실농원에 직접 신청해서 구입을 했습니다 (10kg). 개량종이 아닌 토종매실에다가 유기농이고 해서 구입을 했는데 어제 저녁 택배로 받아보니 개량매실과는 또 다르게 맛과 향이 틀리더군요. 뭐랄까 외형은 투박하지만 맛과 향은 정말 진하더군요.
매실농축액(일명 엑기스)을 빼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사항은 매실과 흑설탕을 1:1비율로 넣어서 매실과 설탕이 겹겹이 쌓이도록 하는 것. (설탕에 부담이 가서 비율보다 설탕을 적게 넣으면 즙이 잘 빠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맨 윗부분은 매실이 공기와 접촉하여 혹시 곰팡이가 생길지 모르니까 남은 설탕으로 그득히 부어준 다음, 서늘한 곳에서 놔두고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본다는 것. 매실을 설탕과 1:1비율로 섞은 후 약 3~4주 지나면 그 탱글탱글하던 매실이 마른 대추처럼 쪼글쪼글해지면서 위로 둥둥 뜹니다. 그리고 매실액 색깔이 짙은 보리차색처럼 되면서 진한 매실 농축액이 만들어지게 되죠.그러면 개봉해서 매실즙을 다른병에 붓고 냉장고에 보관하시면서 음용을 하시면 됩니다.
자. 그럼 그 쪼글쪼글해지고 즙이 다 빠진 매실을 버릴것이냐. 아 버리긴 왜 버려요. 이제부터 신기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매실즙을 우려낸 그 통에(보통 2리터짜리 유리 밀봉병) 매실과 소주(과실주), 설탕을 1 : 1.3 : 0.5 비율로 채우고 2개월 정도 놔둬보세요. 그 쪼글쪼글하던 매실이 신기하게도 다시 탱탱해지면서 시중에 판매하는 매취X 이상으로 진한 농도의 매실주가 만들어집니다.(생각만 해도 침이 꿀꺽)
그 다음에는 다 우려낸 매실을 장아찌로도 활용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밥 먹을때 반찬으로는 일단 단맛이 나니까 젓가락이 잘 가질 않데요. 처음에 한두번 담을때는 매실에 즙을 빨리 내기 위해 매실에 구멍도 내보고 칼집도 내보고 했는데, 다 부질없는 짓. 정량, 정법대로 섞은 다음 진득히 기다리세요.
대략 하지 2주전부터 나오는 푸른매실은 가격이 싸고 신맛이 강합니다. 제 경험으로 비춰보면 그때 매실을 담으면 매실즙도 잘 빠지지 않고 즙에서 시고 약간 떫은맛이 나더군요. 하지전후로 나오는 매실을 사서 아주약간 익은듯 말듯 할때 담으면 떫은맛도 없고 매실즙도 잘 빠집니다.
- 어제밤에 담았는데 벌써 설탕이 녹기시작.-
참고로, 저희집은 매실즙을 이럴 때 많이 마십니다.
여름에 갈증날 때 시원한 냉수 한컵에 매실즙 한숫가락(갈증해소),
집에서 쐬주 한잔 할 때도 쐬주 한병에 매실즙 두숫가락(숙취해소),
소화가 안된다거나 속이 영 안좋을때 그냥 두숫가락 꿀꺽(소화장애 해소-집에 소화제 필요없습니다).
술마신 다음날 아침 골이 지끈지끈, 속이 미식미식거릴때 꿀물대신 진한 매실차 한잔 마시고 출근해 보세요. 술도 빨리깨고 진정효과가 있습니다.
아내는 김치 담글때도 쓰는것 같더라구요.
- 저 매실이 빨리 즙이 빠져야 다시 소주붓고 매실주를 만들텐데. 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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