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습니다. 아무도...
퇴근 후 현관문을 열면 쪼르르 달려나와 “아빠 다녀오셨어요?”하며 아빠볼에 무참히 뽀뽀세례를 퍼 붙던 빈이와 구수한 된장찌게 향을 풍기며 말없이 따스한 미소로 맞아주던 수빈맘까지...
아내의 1년간의 휴직기간동안 일본여행을 꿈꾸었던 두 모녀가 집에 없습니다.
10일째...
한달여정으로 일본여행을 떠난 두 모녀..
피곤한 일상을 끝내고 텅빈 집으로 들어오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퇴근 후 따스한 온기가 없는 현관문을 열기란 참......
다행인지 불행인지 년말까지 세개의 Project를 끝마쳐야 하는 상황인지라,
이번주는 크리스마스도 주말연휴도 모두 반납한채 일에만 매달리다보니 너무 정신없이 보냈네요..
그러나 퇴근 후 다가오는 공허감은.. 쩝...
아내와 수빈이에 까르르르 웃는 따스한 웃음소리가 그립습니다..
가슴이 시립니다..
어제는 전화로 "아빠! 산타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 트리에 걸어놓은 큰 양말에 선물 넣어놓으셨어요?"하고 물어옵니다.
(아직은(6살) 산타크로스가 있는 줄 압니다..)
"빈이가 한국에 없어서 선물을 않주시고 가셨네"라고 하자 "앙"하고 "올 한해 착한일 많이 했는데 왜 산타 할아버지가 몰라주시냐"며 울음을 터뜨리는 귀여운 울 딸..
울 빈이 너무 보고 싶네요...흑흑...
▲ 봄.. 구례 산수유 마을에서.
▲ 여름.. 제주도 유리공예 전시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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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를 보냅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숫자에 민감해지고, 시간이 참 빠르게 지나간다는걸 새삼 느낍니다.
참 바쁘고 정신없이 살아왔는데, 앞만 보고 코에 단내가 나도록 뛰어왔는데.
한해를 마무리하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항상 후회와 공허함에 젖어듭니다.
그건 바로 지나온 시간들에 대한 불완전 연소와 미련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그래도 내일, 내년... 다음이란 미래가 있기에 또 한번 元旦의 初心을 품고 한해를 살아가야겠죠.
마지막으로 항상 이맘때면 생각나는 유희남님의 "겨울한강" 중에 한구절을 올려봅니다.
멀지 않는 봄.
나이에 맞는 지성과 연륜에 어울리는 감성을 갖고 싶었다.
그러나 늘 안 풀리는 숙제---
작은 물새 한 마리에도 가슴이 아려지고, 아직도 눈빛이 푸른 별처럼 맑고 고운 사람을 보면 파문같은 전율을 느낀다. 가슴 태우며 오래오래 흔들린다.
그러나 이것은 내 속에서만 비누거품처럼 일다 지는 작은 반란일 뿐, 표면은 꽝꽝 얼어붙은 빙판이다. 그래서 남들은 나를 퍽 차고 쌀쌀한 사람으로 보는지 모른다.
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유난히 시간과 내 삶의 의미를 자주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때문에 요즈음 나는 시계를 차지 않는다.
시계의 초침을 바라보노라면, 시한폭탄에 불을 당긴 것처럼 지지직대며 타들어 오는 듯한 강박관념이 덮쳐와 알 수 없는 초조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이.
그 시간의 연소에 반비례하는 죽음과의 확실한 약속. 초침이 움직이는 순간에 나는 내 목숨의 하얀 재를 본다.
한웅큼 묻어나는 고독.
근사하게 나이를 먹고 싶다.
나이 값하며, 있을 자리와 떠날 순간과, 이별해야 할 순간을 분명히 하고 싶다.
요즈음 나는 「어른」이란 말이 두렵다. 그냥 시간을 죽이고 밥그릇을 축낸 어른으로 남을까 두렵다.
어쩌면 어른이란 더 많은 외로움을 견뎌내는 존재, 허전함을 교묘하게 침묵으로 위장하며, 아픈 시간도 곪아 버린 상처도 두엄처럼 썩힐 줄 알아야 하는 것이 어른이 갖는 책임의 고통이다. 가능하면 가슴의 동요가 탄로나지 않도록 능숙한 삐에로 여야 한다.
명예나 돈, 권력이나 재산, 그런 것들로 자신의 허무함이 가려지지 않을 때, 자식들의 성공으로 더 화려한 치장을 하고, 시간이 지어주는 가슴의 동공을 가릴 줄 아는 것이 능숙한 늙음의 뒷모습이다.
후회 없이 사는 것, 욕심껏, 원하는 모든 것 다 소유하면서, 가까이 가고 싶은 사람 옆에 사는 것, 하고 싶은 것 다 해보면서 사는 것--- 그것이 단 한번뿐인 삶의 완전한 연소이며 잘 사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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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庚寅년 호랑이해에도 모두모두 행복하고 좋은일들만 가득하고 건강하고 所願하시는 모든일들 꼭 이루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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