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6일 일요일 오전5시52분.
여섯시간의 산고를 이겨내고 수빈이는 드디어 세상을 향해 첫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출산예정일보다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아무런 진통이 없어서 아빠엄마 모두 초조해 하고 있었는데 토요일 저녁. 산모 애기낳는데 맛있는거 많이 먹어야 애기 나올때 힘을 쓴다고 사장님 내외분께서 초청해주신 근사한 식당에서 한우고기 배터지도록 먹고 집으로 오던시각(저녁10시30분) 갑자기 퍽하는 느낌이 든다는 아내에 얘기에 아-드디어 시작이구나 싶어서 부랴부랴 집에 들러서 미리 준비해둔 가방 챙겨서 병원으로 향했지요.
도착하자마자 분만대기실로 들어간 아내. 접수하고 따라들어가니 무척 초조해 하고 있더군요.
담당의사왈. 자궁문이 20%밖에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당 10%씩 계산하면 내일 아침9시나 되어야 애기를 놓을 수 있다나? 알았다고 분만대기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새벽 두시부터 4시반까지 두시간반을 거의 초죽음이 될 정도로 진통을 하는 아내. 그 옆에서 아무것도 못해주고 가슴만 졸이던 나.
같이 아파주지 못해서 정말 그때만큼 아내에게 미안한적이 없었던것 같네요.
너무 고통스러워하기에 간호사에게 "좀 봐주세요" 했더니만 간호사왈.
"어머 자궁문이 벌써 다 열렸네요(90%)"
속으로 '넘들은 10시간 이상씩 몇시간 몇분 간격으로 진통을 한다더만 미련한 마누라 그진통을 두시간 반만에 몰아 해버리냐'
암튼 담당의사 호출하고 산소호흡기 꽂고 분만실로 들어간 아내.
찢어지는듯한 비명을 질러대고, 나는 분만실 밖에서 안절부절 못하고, 그러기를 한시간째.
(분만전에 마지막 정기검진때 의사선생님 왈. "골반이 작아서 자연분만은 힘들것 같다"
애기놓으러 병원에 가기전에 아내 왈. "죽어도 재왕절개는 안한다. 무슨한이 있더라도 꼭 자연분만으로 애기 놓고싶다.")
분만실 창틈으로 빼꼼히 들여다봤는데 아 글쎄. 의사가 아내 배위에 올라타서 배를 꾹꾹누르면서 "산모 마지막으로 죽을힘을 다주세요. 애기머리가 골반에 끼어서 더 지체하면 둘다 위험합니다. 마지막 이방법으로도 않되면 수술해야 합니다." 아 이러는게 아닙니까. 그러면서 아내 배를 꽉누르고 마지막 아내에 찢어지는듯한 비명과 함께 힘을 주는데.
간호사가 급하게 분만실 문을 열고 나오면서 다급하게 "아빠 빨리들어오세요"
나는 뭐 잘못됬는가 싶어 다급하게 분만실로 들어가니.
세상에나 빨간 핏덩이(그때느낌은 아주아주 작고 예쁜 인형같았다)가 머리만 빠져나온채 눈도 못뜬채 아빠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뒤이어 나머지 부분이 다나오고 애기입에 이물질 제거하고 거꾸로 두드리니 드디어 "으앙"하고 울음을 터 뜨리는거예요.
간호사가 준 가위로 탯줄 자르고 아내옆에서 세식구가 함께하니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더군요. 아내와 저 참 많이 울었던것 같아요.
두번의 힘든 유산을 격은뒤 세번째만에 가진 우리수빈이.
임신 3개월째 "이번에도 조심스럽다"는 의사에 권고에 바로 휴가 1개월 내고 집에서 꼼짝도 하지않고 기다렸죠. 집도 효목동에서 아내 직장인 대구교도소 근처로 옮겼구요.
다행히 임신 4~5개월 넘어가니까 아기가 안정적으로 잘 자라고 있다는 얘기에 안심했죠.
아내.
세상 모든 엄마들이 그러하듯이 아내 역시 태교와 아기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죠.
예쁘고 좋은것만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고.
출산전까지 거의 매일저녁 1시간 이상씩 아파트 뒷편(아파트 뒷편이 바로 산과 논밭이어서 자연경관이 참 좋았슴)으로 함께 산책나가서 아기와 대화하고. 개구리소리 들으면서 개구리동요 불러주고...(지금도 수빈이는 한참을 울더라도 아빠엄마가 "개울가아에 올챙이 한마리 꼬물꼬물 헤엄치다..."동요 불러주면 울음을 뚝 그친답니다.)
힘든 직장생활에도 별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남편 응원해주고, 천사같은 예쁜아기도 낳아주고, 열심히 생활하는 아내에게 최근들어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별로 한적이 없는것 같네요. (저도 무뚝뚝한 경상도 아저씨가 되어가나봐요) 요즘은 수빈이한테 사랑을 주느라 저한테는 조금 소흘한 면도 없잖아서 때론 섭섭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보 사랑한데이---"
결혼 4년만에 어렵게 얻은 아기 우리 조수빈.
태어난지 12개월. 며칠전 첫돌잔치를 했어요.
다른집 아기들 보다 성장이 빨라서인지 생후 80일만에 뒤집고, 5개월부터는 기고, 8개월에는 혼자잡고 일어나더니만 10개월째 걷더라구요. 돌잔치날에는 자기 혼자 식당을 비집고 다니더군요. 나중에 애가 않보여서 이리저리 찾았더니만 글쎄 다른칸 아기 돌잔치 하는데 가서 혼자 구경하고 있더라구요. 나원참...
무지무지 이쁘고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이사랑 영원하게 지켜주고 키워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겁니다.
사랑으로 가득한 우리집 한번 놀러 와 보고 싶지 않으세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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